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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황광석, 책읽는 지하철 시대

관리자 | 2014.04.25 13:57 | 조회 3015

책 읽는 지하철 시대

 

황광석(독서르네상스운동 사무총장)

 

지하철은 나에게 두 가지 기능을 제공한다. 하나는 시간을 정확히 지켜주는 저렴한 교통수단이고 다른 하나는 독서실이다. 나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거의 매일 지하철로 출근한다. 출근시간에는 자가용보다 더 빠르기도 하고 기름값도 절약할 수 있거니와 무엇보다 1시간가량 집중해서 독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출근시간의 지하철은 매우 혼잡하다. 그래서 약간 일찍 출근한다. 집에서 나와 상쾌한 아침공기를 마시며 역까지 20분가량 걷는다. 지하철을 타면 요즘 직장인들이 얼마나 피곤하게 살아가는지 느낄 수 있다. 앉아있는 사람들의 반 이상이 잠을 자고 있기 때문이다. 고개를 아래위로 흔들며 졸고 있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다. 나는 가능하면 서서 책을 읽으며 간다. 자리에 앉게 되면 나도 고개를 아래위로 흔들며 볼썽사납게 졸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책은커녕 신문을 읽는 사람도 만나기 어렵다. 복잡한 출근시간에는 책을 보는 것보다 스마트폰으로 시간 보내는 것이 훨씬 더 재미있고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간혹 책을 보는 사람을 보게 되면 반가운 친구를 만난 것 같다.

지하철에서 책을 읽으면 의외로 집중이 잘 된다. 옆에서 큰소리로 통화하는 사람들과 소리 높여 홍보하는 잡상인과 종교인들이 집중을 방해하기도 하지만 독서삼매경에 빠지면 별로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오히려 옆 사람에게 방해될까봐 숨소리, 책장 넘기는 소리도 조심해야 하는 도서관보다 마음 편안하다. 간혹 내 핸드폰 진동이 울리면 가급적 작은 소리로 통화를 하는 것도 허용된다. 편안하기 때문에 집중이 더 잘 되는 것 같다.

 

이런 경우 책의 종류로는 인문학 서적이 좋다. 문학, 역사, 철학 책은 재미도 있고 중간 중간 끊어 읽어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가 어떤 대목에서는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한강 철교를 건널 때, 대통령이 그 다리를 폭파하고 국민들보다 먼저 도주했다는 부끄러운 역사를 되새기기도 한다. 임진왜란 때 백성을 버리고 해외로 망명하려 했다는 임금을 설득하여 사직을 보존한 용기 있고 지혜로운 재상이 있었다는 부분에서는 가슴을 쓸어내리게 된다. 재미있고 우습고 감동적인 대목을 읽을 때면 바보처럼 빙그레 웃기도 한다. 어쩌다 자기계발서를 읽기도 하는데 왠지 모르게 삶의 조급함이 느껴져서 가급적 꺼리게 된다. 그런 책은 사무실 책상에서 읽는 것이 효과적이다.

201311월 세 번째 토요일에 <책 읽는 지하철> 행사가 개최되었다. 대학생들과 젊은 청년들이 중심이 되어 지하철 2호선을 타고 한 바퀴 돌면서 책을 읽는 플래시몹을 한다기에 나도 책 한 권을 들고 참여했었다. 대학생들뿐만 아니라 고등학생, 학교 선생님, 나 같은 50대 중년층들도 드문드문 보였다. 120여명의 참가자들이 지하철 2호선의 객차 3량에 나눠 타고 책을 보는 풍경이 처음엔 어색하고 낯설었지만 금새 기분이 좋아지고 흐뭇해졌다.

효율성과 편리함이 최고인양 추구하는 스마트폰 세대들이 자발적으로 책을 읽자는 캠페인을 펼치는 모습이 나에게는 찐한 감동이었다. 그들은 <독서르네상스운동> 시민단체 사무총장인 내가 전혀 생각지 못했던 독창적인 독서운동 프로그램을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즐겁고 창의적으로 해내고 있었다. 우리 객차에 탑승한 대학생인 듯한 아가씨 두 명이 스마트폰으로 문자를 보내고 있다가, 문득 책을 읽고 있는 수십 명의 승객들을 보더니 슬그머니 스마트폰을 가방 속에 집어넣고 책을 꺼내드는 것이 아닌가! 그마저도 플래시몹의 일환이겠거니 생각하였는데 행사 후 주최 측에게 물어보았더니 그것은 연출된 것이 아니라고 했다.

군중심리가 작동한 것이었다. 동물들은 무리들 속에 있을 때 함께 행동하는 동조현상을 보인다. 사람도 동물들처럼 무리들과 함께 사고하고 행동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스마트폰은 이른바 디지털 컨버전스의 핵심으로서 다양한 컨텐츠들을 빨아들여 탑재하고 있다. 그 안에는 뉴스, 스포츠, 연예, 쇼핑, SNS, 게임 등과 함께 책도 들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으로 책을 보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이 스마트폰은 우리네 삶을 점점 조급하고 표피적이고 황폐하게 만들어 가는 것 같다. 이를 극복하고 스마트폰의 편리함과 효율성이 진가를 발휘하기 위해서라도 인문학 책을 많이 읽어야 할 것이다. 스마트폰 또한 인문학적 상상력의 산출물이니 말이다.

 

차제에 책 읽는 지하철 문화를 부활하여 해외에 수출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지하철은 우리가 늦게 만들었지만 책 읽는 지하철 문화는 우리가 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지하철은 귀하의 소중한 약속시간을 지켜드리며, 범국민 독서문화를 선도합니다.”

 

이런 광고문구가 전국의 지하철에 등장할 날을 기대해 본다.

 

(2013. 12.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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